해와 구름, 바다 같은 것들은 자연이에요. 자연은 인간의 의도 같은 것들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것이죠.

문화의 반대말이 자연이라면, 문화는 곧 부자연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의 ‘문화’생활은 농경사회부터 시작되었어요.
인간이 수렵채집을 하던 원시시대를 지나 땅에 정착하게 된 순간,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 시작해 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죠.
하지만 문제가 발생해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 거예요. 간절해진 인간이 무슨 일을 했을까요?

기우제를 지내게 되었어요.
기우제를 어떻게 지냈을까요? ’비야 와라~’ 하고 한 마디 하고 말았을까요?
이상한 제단을 쌓고, 이상한 옷을 입고, 팔짝팔짝 뛰면서 지내지 않았을까요?
처음 그 모습이 어땠을까요? 부자연스러웠을 거예요. 원래 살아가던 모습이 아니었으니까요.

근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 비가 왔어요.
그럼 그 다음에, 또 비가 안 오면 어떻게 했을까요? 똑같은 걸 반복했을 거예요.
처음엔 이상한 옷을 입고 팔짝팔짝 뛰는 게 되게 부자연스러웠는데, 이걸 아빠, 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해왔으면 어떨까요?
제단은 더 커지고, 옷은 더 멋있어지고, 출 춤까지 정해져 있었다면요?

아기 때부터 이걸 본 사람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질 거예요.
문화란 그래서 무시무시해요.

부자연스러운 것을 오랫동안 반복시켜서,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